단편들

가인과 아벨

stevision 2012. 12. 7. 14:52

(2004. 12. 1. 동아 시사 발언대)

 

가인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 성경에 나오고 아벨은 그 희생자로 나온다. 가인과 아벨은 인류의 시조 아담의 두 아들이다. 이 둘이 어느 날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 가인은 곡식을 바쳤고 아벨은 양을 잡아 바쳤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아벨의 제사만 받으시고 가인의 제사는 물리치셨다. 이에 화가난 가인이 아벨을 들에서 돌로 쳐죽였다.

신약성경은 하나님께서 아벨의 제사를 받으신 이유를 그가 믿음으로 제사를 드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 가인은 믿음으로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제사가 거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벨이 양의 피를 흘려 드린 제사가 믿음의 제사라고 신약성경 기자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지 가인이 곡식을 제물로 드렸다는 것 때문에 거부되었을까? 하나님께서 곡식을 드리는 것을 싫어하셨다면 그것을 가져오지 말라고 미리 말씀하셨을 것이다. 또 창세기 이후에 나오는 성경에서 구체적인 제사방식이 규정되었음을 고려한다면, 가인의 제사는 제물의 종류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신앙 태도가 잘못되어 거부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가인에게 부족했던 믿음은 어떤 부분이었나?

가인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았고, 그 아우도 사랑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그의 그러한 마음의 태도를 보시고 그를 나무라시자 그의 본모습이 나타난다. 즉 가인이 하나님의 책망에 대들고, 분이 풀리지 않자 친동생까지 무참히 죽였던 것이다. 가인의 평소 마음씨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몰인정하여서 하나님께서 그의 제물을 거절하셨던 것이다. 성경에도 많은 자들이 성전 뜰만 밟고 돌아간다는 말씀이 나온다. 평소 마음씨가 고약한 자들이 죄를 회개함 없이 성전에 예배드리러 와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서 얼굴을 돌리신다. 이는 가인의 제물을 거절하셨던 것과 같다. 참 믿음을 가지고 예배드리는 자가 하나님께 영접받는다. 그 참믿음은 하나님과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물론 아벨도 죄가 있었겠지.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형인 가인만 나무라셨다. 형으로서 삶의 모범을 보이지 못했고, 그래도 형이기 때문에 그를 먼저 나무라셨던 것이다. 형인 가인은 이러한 하나님의 책망을 받고 그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더 큰 죄를 범했다. 만약 그가 하나님의 책망을 받고 겸손히 용서를 구했다면 하나님께서 "역시 형만한 아우가 없다더니, 역시 네가 형이다"라고 말씀하시며 가인을 더 듬직하게 보셨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가인과 아벨의 심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신앙 생활에서 잘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잘 하는 부분에 대해서 하나님께서는 아벨과 같이 우리를 받아주시고 칭찬해 주신다. 그러나 우리의 가인과 같은 면이 있으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나무라신다. 그때 우리는 가인과 같은 태도를 보이면 안된다. 겸손히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때 하나님께서 더 큰 위로와 복을 우리에게 주신다. 세상에 책망 하나도 안 받고 성숙해지는 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