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모세 신학과 아론 신학

stevision 2012. 12. 7. 19:00

(04. 12. 17. 동아 시사 발언대)

 

요즘 우리 나라에 사상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도 수구파니 진보파니 하며 상대방에 대해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서로를 죄인취급까지 하는 것을 보면 신구(新舊)논쟁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을 신식인간과 구식인간으로 양분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서로 원수로 여길 일도 아닌데도 그러는 것을 보며 인간의 의식구조가 유연해지게 하는 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기독교에서도 진보와 정통 사이에 끊임없는 다툼이 있었다. 각자 하나님의 뜻을 이룬다고 공언하며 상대방을 죄인취급하고 대규모 전쟁까지도 일으켰다. 그런데 역사를 뒤돌아 보면 거의 대부분의 분쟁이 정통파가 진보파를 용납하지 못해서 발생했다. 정통파의 논지는 지금까지 좋은 것인데 왜 바꾸냐고 한다. 과거에 주신 하나님의 법이 불변의 법률이 되어야 한다고 정통파는 주장한다. 정통파는 진보적 기독교 사상가들이 기존의 말씀에 새로운 것을 덧붙이면 이를 하나님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그들을 공격했다. 반대로 진보파 기독교인은 상황이 바뀌면 하나님의 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문화와 풍습과 학문의 잣대로 현재의 변화된 환경에 처한 기독교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 하나님께서는 과연 어느 편에 손을 들어 주실까? 이 문제는 모세신학과 아론신학을 고찰해 봄으로 해결할 수 있다. 모세신학이란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한 새로운 신학을 말한다. 여기에는 모세와 바울과 같은 사도적 은사를 받은 자들의 신학이 해당된다. 루터나 칼뱅이나 웨슬리도 여기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모세는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님께 직접 율법을 받아 기록하여 이스라엘의 법으로 공포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아 바울서신을 기록했다. 바울 서신의 내용은 세계 종교가 될 기독교의 교회와 교인들이 지켜야 할 은혜의 율법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말씀을 주신다. 이 새로운 말씀이 바로 모세신학이다. 아론신학은 모세신학으로부터 받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준수하는 신학적 태도를 일컫는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일점 일획이라도 그릇되게 하면 안되는 신학이고, 이미 받은 말씀에 인간적 생각을 추가하거나 이미 있는 말씀에서 멋대로 어떤 내용을 제거하면 안되는 신학이다.

따라서 하나님 나라에서는 이 두 신학이 다 필요하다. 이 두 신학은 상호보완적이다. 새로운 시대에 하나님께 새로운 말씀을 받아 교리로 삼는 것도 필요하고, 그것을 일점일획이라도 어김이 없이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모세신학과 아론신학 안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나님의 직접 계시가 아닌 자기의 자의적인 생각을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면 이단이 된다. 반대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말씀과 신학이 필요하여 하나님께서 그분의 종에게 새로운 말씀을 주셨는데도 기존의 말씀만을 고집하며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그것을 이단으로 몰아붙이면 바리새파 신학이 된다.

그래서 정통신학이 바리새파 신학이 될 경우 새로운 모세신학을 이단으로 정죄하고 핍박을 하고 교회에서 추방시키게 되어 다툼이 발생한다. 또 하나님께 직접 계시를 받지도 아니하고 자기의 판단대로 성경을 왜곡하여 해석하여 하나님의 진리를 훼손하는 이단이 나와 기존의 건강한 교회를 무너뜨리려 한다.

이런 분쟁을 해소하려면 항상 성령의 역사하심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성경말씀의 본래 의도를 잘 이해해야 한다. 상황을 무시한 문자적 성경 해석은 바리새파 신학이 되고, 교회의 현재 상황을 무시하고 하나님의 영광과 그분의 나라와 그 백성들의 유익을 무시한 신학사상은 이단신학이 된다.

한국의 정통 보수 근본주의 신학자분들께 한 말씀 드립니다. 근대와 현대에 등장한 많은 신신학자들은 과거의 신학을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신신학자들은 과거의 것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상황의 새로운 복음(신학사상)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분들을 이단으로 몰아붙이면 바리새인이 되는 것이니 함부로 신신학자들을 모함하거나 정죄하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진리의 근본 원칙은 변함이 없으나 그 진리는 상황에 따라 옷을 갈아입습니다. 구약의 할례의 폐지가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러고 보면 예수께서는 (자유를 외치셨으므로) 자유주의 신학자이셨고, 바리새인들은 정통보수파 신학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건전한 자유주의 신학을 새로운 정통으로 인정해주시고 기존의 바리새파신학과 그 추종자들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