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송정호 선생님 이야기

stevision 2016. 12. 13. 14:04

때는 논산에 있던, 지금은 폐교된(다른 학교에 인수합병된!) 부남국민학교 때의 일이다. 내가 6학년 때 쯤일 거야. 송정호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 부임해 오셨는데, 아마 1학년 담임이셨던 것으로 기억돼.

 

예쁘고 아담한, 한마디로 말해 보기에 기분 좋은 여(女)선생님이셨어. 우리반 담임 하신 적은 없었지만 나도 그 분을, 그분께서도 나를 알고 있었지. 내가 학교의 유명(?) 학생이었기보다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다른 학년 학생들도 웬만하면 선생님들께서 아시는 경우가 많았어.

 

대화 중에 그분께서는 자신이 송시열의 7대 직계 후손이라고 자랑하셨다. 그 때의 미소와 헤어스타일은 참 예쁘셨다.

 

세월이 6년 이상이 지나 내가 대학에 다닐 때였다. 대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연산 사거리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아 그 예쁜 송 선생님께서 나타나신 것이었다! 아마 그 근방의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것 같았다. 물론 반갑게 인사를 드렸지. 그분께서도 기억하신 것 같았다(물론 아는 체 하셨을 수도 있지 ㅎㅎ). 옆에는 남편인 듯한 듬직한 분이 계셨는데, 아마 같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니신가 생각되었다.

 

송 선생님께서는 처음에는 '이랬니? 저랬니?'라며 하대를 하셨다. 그 옆에 계셨던 남자분께서도 나에게 하대 하셨다. 당연히 그러셔야지!

 

그런데 대화가 거의 끝날 무렵, 무슨 생각에선지 송 선생님께서 나에게 '~했죠?'라며 존대말을 사용하시는 거였다. 그 때의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알아? 반가운 옛 선생님께서, 아름다우신 옛 선생님께서 존대말을 사용하시니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

 

아무리 제자지만 (비록 담임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존경하는 학교 선생님이 아니신가?) 대학생이 된 나에게 존대말을 써 주시니 나를 존중해주시는 것 같아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참 좋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