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철학과 종교의 차이점

stevision 2012. 12. 7. 13:57

 

(2004. 6. 22. 동아 시사 발언대)                English

 

철학은 지혜의 학문이다. 영어로 철학이라는 말 자체가 '지혜를 사랑함'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혜를 통하여 자연을 탐구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혜를 동원하여 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혜를 통하여 인간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이런 것들의 결과가 바로 철학이다. 사람들은 철학적으로 신을 생각하여 전능자라든가, 존재 자체라든가, 무한한 지혜라든가, 이데아(Idea)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철학적으로 생각한 신은 예외없이 단 하나의 인격을 가진 전능한 신이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지혜로 신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신교를 신봉하는 철학자들도 있었다. 이런 다신교는 좀 격이 낮은 신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종교, 특히 기독교가 말하는 신은 어떤 신인가? 기독교의 신은 인간의 지혜로 만들어 낸 신이 아니다. 기독교의 신은 구약에서 주로 단일 인격의 유일신으로 자신을 계시하셨다. 지금의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 유대교인들이 믿는 하나님이 바로 그런 분이셨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기점으로 그 구약의 신은 자신을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계시하셨다. 따라서 삼위일체론은 인간의 철학적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래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을 역사 속에서 만난 경험을 한 후 그분을 인간의 언어를 도입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명명한 것이다. 따라서 이 하나님은 몇몇 기독교 신학자의 머리에서 나온 신이 절대로 아니다. 참 하나님을 경험했는데, 그 경험에서 나온 결론은 그 하나님께서 삼위일체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참 신께서는 유일신에서 점차 삼위일체 유일신으로 자신을 계시하셨다. 그 이유는 인간의 이해력에 문제가 있었고, 또한 인간을 구원하는 일에 있어서 그렇게 점차적으로 자신을 계시하시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철학자들은 삼위일체 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삼위 중 한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도 안 한다. 이것이 바로 신의 문제에 있어서 철학과 종교(기독교)가 다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