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어느 의미에서 성경이 진리인가?

stevision 2012. 12. 7. 13:53

 

(2003년 11월 10일 동아 시사 발언대에 올린 글)    English

 

심청전은 분명히 픽션이다. 그런데 어떤 역사학자가 심청전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하여 그것을 읽는 것을 거부하고, 심청전의 작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면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이 역사학자는 역사적 진리와 교훈을 문학적 진리와 교훈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성경 창세기에 노아 홍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성경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았을 것 같다.

옛날 어느 옛날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하나님을 경외하는 어느 한 사람이 세상의 죄악을 한탄하며 자기가 알고 있는 가장 높은 산에 등산했다. 더러운 세상에서 좀 더 멀리서 한적한 곳에서 하나님께 기도드리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자가 그 산의 정상에서 놀랄만한 것을 발견했다. 지금이야 지구과학이 발달하여 산에 조개화석이 발견되어도 문제가 안됐지만, 그 자가 바로 산 꼭대기에서 조개껍질을 발견한 것이다.
이 자가 무엇을 생각했겠나?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께서 죄악에 찌들어 사는 인간들을 심판하시려고 큰 홍수로 인류를 멸망시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달리 어떻게 그 조개들을 설명하겠는가? 이 자는 조개의 크기를 보고 약 150일 간 천하의 산이 다 물에 잠겨 있다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이것을 근거로 그는 노아홍수 이야기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는 당시의 과학지식 상황에서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거의 필연에 가까운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 홍수 이야기는 세계 여러 나라에 퍼지면서 인간의 죄와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을 잘 말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세계 어느 곳이나 지각변동으로 바다 밑의 땅이 높은 산이 된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노아 홍수 이야기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자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게 되어 기독교 공동체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 노아 홍수가 전하려 했던 메시지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그분의 공의로운 심판이다. 이 믿음은 노아 이야기를 지은 자나 그것을 읽었던 자나 그것을 성경 안에 포함시킨자 그리고 그 성경을 설교한 자 그리고 그 설교를 듣는 자들에게 공통된 믿음이다. 이 내용이 바로 진리이다.
심청전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하여 그 교훈을 거부하면 어리석은 일이다. 더욱이 그 작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면 잘못된 것이다. 성경은 신화, 역사소설, 시, 편지, 예언, 묵시문학 등 여러 가지 문학 장르를 이용하여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통용되는 진리를 전하는 책이다. 성경이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실존 인물을 소재로 쓰기는 했으나 정확한 역사를 기술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물론 성경을 쓴 자는 고의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았다. 단지 지금에 비해 당시에 역사적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성경에서 발견되는 오류들은 당시에는 나름대로 최선의 지식이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오류였지 당시에는 많은 자들이 그렇게 알고 있었고 그것을 재구성한 이야기를 통해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얻었던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성경에 나와있는 것들을 현대 과학이나 역사 지식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그러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성경의 오류를 지적받게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경이 쓰여진 배경을 이해시키고 성경이 종교적 진리를 지닌 책임을 알려야 한다. 또한 기독교인이 아닌 자들은 성경에 나와있는 과학적, 역사적 오류를 보고 성경의 진짜 진리를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