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시편의 그리스도

stevision 2012. 12. 7. 18:58

(04. 12. 16. 동아 시사 발언대)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일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경의 형성과정이 그렇다. 만약 하나님께서 어떤 자에게 직접 말씀하셔서 성경을 기록하게 하시고 그것을 그 자가 다른 자들에게 '이것이 방금 하나님께서 주신 성경말씀입니다'라고 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람들은 대뜸 "이 건방진 인간아, 네가 뭔데 감히 하나님께 직접 말씀을 받았다고 이 난리냐? 정신병자 같으니라고"했을 것이다. 옛날 이스라엘 같았으면 그 자는 돌에 맞아 죽고 그가 내민 글은 불태워졌을 것이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후세에 필요할 하나님의 말씀을 현재의 사람이 기록하게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현재 그 사람은 자기가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는지 모르게 하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바울서신이다. 바울이나 바울의 편지를 받아본 기독교인이나 그 편지가 씌어질 당시에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인줄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현재의 성경 말씀이 원래 있었던 장소를 삶의 자리(Sitz im Leben)이라고 한다. 바울서신의 삶의 자리는 바로 교회에게 보낸 편지였다.

하나님께서는 신약의 예수님을 예언하는 글들을 오래 전 이스라엘에서 기록되게 하셨다. 물론 당시의 사람들은 그 글이 예수님을 지칭하는 줄 몰랐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대제사장이시므로 구약 시대에 성전과 왕궁에 있던 글들이 예수님을 지칭하는 글이 되게 된다. 당시에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고대의 왕들은 신의 아들이라 여겨졌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에서 왕은 하나님의 아들로 불리게 된다. 따라서 구약에서 예수님을 지칭하는 글들의 삶의 자리는 바로 궁중과 성전의 의식문서였던 것이다. 다음의 시편을 살펴보자.

시2:7 내가 영(명령)을 전하노라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너는 내 아들이라 오늘날(오늘) 내가 너를 낳았도다. 8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끝까지 이르리로다. 9 네가 철장으로 저희를 깨뜨림이여 질그릇같이 부수리라 하시도다.

이 말씀은 왕의 즉위식때 왕을 칭송하는 순서에서 낭독된 것 같다. '오늘 내가 너를 낳았다'고 하는 것은 그 날이 왕의 즉위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하나님께서 즉위하는 왕이 주위의 나라들을 굴복시키도록 하시리라는 사회자(아마도 제사장일 것임)의 축복 선언도 있음을 보게 된다.

또 시편 110:1에 보면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원수로 네 발등상(발판)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우편에 앉으라 하셨도다'라는 말씀이 있다. 이 시편은 다윗의 시로 알려졌다. 이 시도 그 삶의 자리가 왕의 즉위식 같다.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말씀은 사회자가 1인칭으로 나오고 '내 주'라는 자가 바로 즉위하는 왕인 것 같다. 후세 사람이 이 시편 110편을 다윗 왕에게 돌린 것은 다윗이 시를 많이 지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 시편이 성경에 들어오게 되면서 1인칭이 다윗이 되어 이 시편의 '내 주'가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을 지칭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원래의 삶의 자리보다는 후세 기독교인이 이것을 성경으로 받아들일 때 고백하는 신앙고백이다. 신앙고백에 따라 전에 기록된 말씀들을 성경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시편에서 왕은 멜기세댁의 반차를 좇는 제사장으로 불린다. 제사장 계열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론계열이고 다른 하는 멜기세댁 계열이다. 멜기세댁은 아론 계열의 자손이 이어받는 직분이 아니다. 멜기세댁은 왕 겸 제사장이다. 과거 이스라엘이 왕을 멜기세댁의 반차를 좇는 제사장라 했으면 왕에게도 상당한 종교적 무게를 준 것이다. 예수님께서 왕이요 제사장이시므로 구약 시편에 기록된 왕에 대한 글은 당연히 예수님을 지칭하는 글이 되고 이것이 신약의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한 신앙과 부합하여 성경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시편에서 말하는 그리스도는 왕(그러므로 하나님의 아들)이요 대제사장이다. 즉 멜기세댁의 반차(계열)을 따라 직분을 받으신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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