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공개입찰의 위험성

stevision 2019. 10. 11. 11:15

요즘 음식점 열고 얼마 못가 망하는 자들 무수히 봤다. 정말로 겁도 없이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음식점을 열면 안된다. 어느 곳에 음식점을 열려거든 먼저 그곳 주민들이나 그곳을 지나가는 자들에게 한 번 물어봐라. "이곳에 이런 음식점 내면 괜찮을 것 같습니까?" 수 많은 음식점이 있는 곳에 또 하나의 별것도 아닌 음식점을 내면 밥 한 그릇 못 팔아보고 가게 문 닫을 수도 있다.

어느 시립 도서관이 새로 생겼고, 거기 지하 식당 자리에 첫 번째 음식점이 들어섰다. 식판에다 주는 ​가게였는데, 얼마 못가 손님 없어 망해 나갔다.

다른 자가 그 식당 자리에 들어와서 가게를 열었다. ​뷔페식이었다. 값도 싸고 맘껏 자기가 먹을 만큼 덜어 먹을 수 있게 해놓았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도서관에 책보러 오지 않는 자들도 단골이 되었다. 즉 주위의 주택단지에서도 점심을 먹으러 오는 자들이 많았다.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식당 운영 계약 기간이 만료될 즈음 그 식당 자리를 두고 공개입찰이 되어졌는가보다. 기존의 잘 나가던 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자가 있었는가보다.

새로 그 식당을 운영한 자는 메뉴를 다양화 했지만 일방적으로 식판에다 담아주는 형식을 취했다. 조금 비싼 메뉴는 양도 그럭저럭 많았지만, 보통 메뉴의 음식은 밥의 양이 적었다.​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결국 몇년 버티다가 폐업하고 말았다.


돈 주고 먹는데 양이 적으면 세계에서 제일 맛이라도 있던가, 아니면 그냥 양이라도 많아서 배에 만족감을 주든가 해야 할 것 아닌가? 뭔가 약간 불만족스런 음식을 뭣하러 일부러 집에서 나와 밖에서 사먹겠는가? 그런 음식 값이 싸다고 일부러 집에서 나와 사먹겠는가? 밖에 있을 때 배고파도 그런 음식 안 사먹고 집에 와서 먹겠다.


손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는 음식은 값이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결코 선택받지 못한다. 그리고 공개입찰이라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는 건 아니다. 성실함과 좋은 아이디어로 성공시킨 가게 주인을 함부로 다른 자로 교체시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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