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2. 3. 동아 시사 발언대)
야곱은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배에서 나온 쌍둥이 중 동생으로 태어난 자이다. 형은 에서였다. 하나님께서는 이들이 태어나기 전에 형이 아우를 섬길 것이라 하셨다. 즉 진짜 장자의 복은 동생에게 갈 것이라는 말이다.
야곱은 태어날 때부터 이류로 태어났다. 먼저 나와 형이 되려고 다투다 기싸움에서 밀려 나중에 나오게 되었는데, 그 동생으로 살게 될 분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형의 발을 잡고 나왔던 것이다.
이들이 장성하여 형 에서가 밖에서 돌아와 배가 고프자 야곱은 팥죽 한 그릇으로 형으로부터 장자권을 사버린다. 후에 야곱은 앞 못보시는 아버지를 속이고 자신이 에서라고 가장하여 형을 대신하여 아버지로부터 축복까지 받아낸다. 형이 분노하여 야곱을 해치려 하자 그는 외삼촌 댁에 가서 잠시 살게 된다. 그가 거기서 많은 재물을 얻자 이제는 외삼촌 몰래 그곳을 빠져나오려다 들켜 꾸중까지 듣게 된다.
이와 같은 삶이 바로 이류인생이다. 잔꾀만 많아서 남을 속여먹고 등쳐먹기를 밥먹듯이하고, 남의 약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려는 자가 바로 이류인생이다. 왜 이런 이류 인생을 살게 되나? 하나님의 약속과 그분의 뜻에 따라 살려하지 않고 자신의 꾀로 인생성공해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복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을 속이고 남을 등쳐먹고 남의 약점을 이용하며 살게 되는 것이고, 이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게 된다. (야곱은 하나님이 아니라 아버지가 복을 준다고 생각하여 아버지를 속였던 것이다. 지금도 정부 관리가 복을 준다고 믿는 자는 그에게 뇌물을 바친다.)
드디어 하나님께서 이런 야곱의 못된 성품을 뜯어 고치시기로 작정하셨다. 야곱이 고향으로 향해 갈 때 형 에서가 400명의 군대를 데리고 야곱을 향해 다가온다. 이제 야곱은 온 가족이 사냐 죽냐의 갈림길에 서 있게 된다. 야곱은 모든 가족들을 얍복강을 건너게 하고 자기는 이편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인간의 모습을 하신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다가오셨다. 야곱은 그분께서 하나님이신 줄도 모르고 그분과 씨름했다. 날이 새도록 야곱의 혈기가 팔팔 살아 있어서 하나님께서 야곱을 이기지 못하셨다. 하나님께서 그만 하자고 해도 야곱은 놓아주지 않고 반드시 축복을 해줘야 놓아주겠다고 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엉덩이 관절을 치셨고, 야곱은 절름발이처럼 되었다. 야곱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 놓으시고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이스라엘로 부르시며 그가 하나님과 사람을 겨뤄 이겼다고 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역사상 씨름 전적은 0승 1패. 약간 초라한 전적이군요!)
하나님께서 야곱을 치셔서 다리를 절게 하신 이유는 이와 같다. 즉 야곱은 이제 에서를 보게 되는데 다리를 절게 되어 자신의 힘으로 살 길이 없고 오직 하나님의 자비에 따라 살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에서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실 때만 야곱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야곱은 도망가지도 못하고 죽게 된다. 지금까지 남을 등쳐먹고 살다 남에게 쫓겨 다니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다리가 이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제 야곱은 강제로 하나님의 은혜만 믿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처방은 확실한 것이었다. 다리를 절며 꾀지지한 모습으로 다가오며 '형님, 형님...'하고 큰 절을 몇 번 하며 다가오는 야곱을 에서가 불쌍하게 본 것이다. '아니, 이 녀석 나와 아버지를 속이고 도망갈 때는 뭔가 큰 인물이 되어서 올 줄 알았는데, 저 꼴이 뭐람! 내가 이 자리에서 내 부하들 앞에서 저 불쌍한 녀석을 죽이면 내 체면이 말이 아니지!'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모습을 강제로 겸손하게 만드셔서 에서의 마음을 녹이셨던 것이다. 에서가 야곱을 껴안으며 울부짖었다. "내 동생 야곱아, 집 나가면 고생인데 객지에서 얼마나 힘들었냐? 어머니 말씀에 외삼촌 라반 그 양반 굉장히 짠 분이시라는데, 얼마나 고생했냐? 엉엉..."
당시에는 무법천지의 세상이었다. 그래서 야곱이 지금까지 외삼촌 댁에서 벌어온 모든 재산은 야곱 스스로 지킬 수 없었다. 그런데 야곱은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부하 400을 거느린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형은 자기 고향을 동생 야곱에게 물려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해 갔다.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여 얻은 복은 바로 원수가 변하여 나를 돕는 자가 되는 복이었다. 그 복을 이룰 수단으로 하나님께서는 야곱의 다리를 절게 하셨다. 그리하여 야곱이 오직 하나님의 도움만 바라보게 되었고, 어찌 되었든 겸손한 모습이 되어 형의 마음까지 사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하지 않고 멀쩡한 다리를 가지고 골리앗처럼 무장을 한 채 에서 앞에 섰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아마도 야곱은 그 날 이후 마라톤 선수가 되었을 것이다.
이류 인생은 자신의 힘과 꾀로 살면서 남을 등쳐먹고 속여 손가락질 당하는 자이고, 일류 인생은 하나님의 복과 약속을 믿고 그분의 인도하심에 따라 때를 기다리며 사는 자이다. 야곱은 하나님을 만나 이스라엘이 되었다. 이류에서 일류가 되었던 것이다. 일류 인생이 일류대학 가는 것보다 더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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