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입다의 딸

stevision 2012. 12. 7. 15:13

(04. 12. 10. 동아 시사 발언대)

 

이스라엘에 왕이 있기 전에 사사시대가 있었다. 사사(재판관)가 전쟁이 나면 왕처럼 나서서 이스라엘을 이끌고 싸웠다. 이스라엘 어느 마을에 입다라는 자가 있었다. 이자는 첩의 소생으로 형제들에게 괄시를 받았다. 이에 못견디고 집에서 나와 따로 살게 되었다. 이 자는 보스 기질이 있어서 주위에 어깨들이 모여들었다. 이스라엘이 옆나라의 침략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 중에 장군감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사람들이 입다에게 찾아갔다. "제발 우리들의 지도자가 되어서 적을 무찔러 주시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사사로 삼아 섬기리다." 입다는 감격했다. 서자로 태어나 온갖 괄시 다 당하던 자에게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입다는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만약 이 전쟁에서 제가 이기게 해 주신다면 승리하고 집에 돌아올 때 제일 먼저 나와 저를 맞이하는 자를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겠습니다."

이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자기를 기쁘게 영접하러 맨 처음 나온 자를 불살라 제물로 삼겠다니. 참으로 무식하고도 무모한 약속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은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입다가 집에 돌아오자 자기 외동딸이 춤을 추며 대문을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것이 너무나 기뻤던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바치라 하셨던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이 정말 그 아들을 죽이려 하자 말리셨다. 그러나 이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하나님께서는 경솔한 약속을 한 입다에게 딸을 바치지 마라 않으셨다. 후세 사람들에게 지엄하신 하나님 앞에 허풍을 떨다 어떤 꼴을 당하는지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었다.

왜 하필이면 그 귀한 외동딸이 가장 먼저 나왔을까? 하나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입다의 어리석은 약속의 희생자가 그럼 입다의 자식이 아니고 누구여야 한단 말인가?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는 입다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다른 집안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셨다.

다르게 생각해보자. 만약 입다의 딸이 아버지의 어리석은 서원기도를 알고 있었다면 그녀는 자기 집안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타인이 고통당하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가기 전에 자기가 나갔던 것이다. 어리석은 아버지의 장한 딸이 아닐 수 없다.

이쪽으로 생각해도 저쪽으로 생각해도 입다의 외동딸은 결혼도 못하고 죽어 번제가 되어야 했다. 마지막 심판날에 예수님께서는 신자들이 쓸데없이 내뱉은 모든 말에 대해 다 책임을 물으신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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