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룻과 보아스

stevision 2012. 12. 7. 15:14

(04. 12. 11. 동아 시사 발언대)

 

성경에 나오미라는 이스라엘 여인이 있었다. 고향에 기근이 들자 이 여인은 남편과 두 아들 함께 이방 나라에 가서 살게 된다. 거기서 두 며느리를 얻었는데 둘째가 바로 룻이었다. 나오미는 그곳에서도 박한 운명을 만나 남편도 죽고 두 아들도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게 된다. 나오미는 고향으로 가려 했다. 그래서 두 며느리에게 친정으로 가서 팔자고쳐서 살라고 했다. 그러나 둘째 며느리인 룻은 홀로 남은 시어머니를 버리지 못하고 이스라엘로 함께 오게 된다.

이스라엘의 풍습은 좀 특이하다. 형이 자식을 남기지 못하고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아 형 대신 자식을 낳아 주어 형의 대가 계속 이어지게 했다. 물론 자기몫의 자식도 후에 낳게 된다. 또 토지 소유 제도가 특이하다. 어느 집안이 구입한 토지는 50년 주기마다 전국적으로 반드시 본 소유주에게 돌려 줬다. 그리하여 토지 값은 앞으로 있을 50년 주기의 반환해에 얼마나 많은 기간이 남아 있는가에 따라서 매겨진다. 반환주기에서 멀 수록 값이 많이 나가는 것이다. 또 토지를 판 자는 앞으로 남아 있는 해수에 맞는 값을 지불하면 언제든지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친척은 자기 친척의 빚을 갚아주어 팔았던 땅을 다시 찾아줘야 하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있다. 가까운 친척일수록 그 의무를 먼저 행해야 했다.

나오미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자기 땅을 되찾아 줄 친척이 둘 있었다. 그 친척은 땅값을 지불해야함과 동시에 나오미의 며느리 룻을 취하여 나오미의 손자도 낳아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러저러한 사건을 계기로 룻이 보아스라는 나오미의 친척을 알게 된다. 보아스는 나오미 집안으로부터 팔았던 땅을 다시 찾아달라는 청을 받았다. 이에 보아스는 자기보다 나오미 집안에 더 가까운 남자가 있으니 그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그가 거절하면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다. 보아스는 마을의 어른들을 모셔놓고 자기보다 나오미 집안에 더 가까운 친척을 불렀다. 보아스는 그 친척에게 나오미의 땅을 되찾아달라고 청했다. 그 친척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서 보아스는 "나오미의 며느리 룻도 취하여 그 집안에 자식을 낳아 줘서 대를 잇게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 친척이라는 자는 자기 집안에 있을 불화를 핑계로 그것을 거절했다. 그리하여 보아스가 나오미의 땅도 되찾아주고 그의 며느리 룻도 아내로 맞아서 나오미 집안의 대를 잇게 해 줬다.

성경 룻기는 다윗 왕의 조상을 소재로 한 아름다운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람들은 대부분 룻이 아마도 절세가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보아스보다 나오미 집안에 더 가까웠던 친척이라는 자는 룻을 아내로 맞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자기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포기했다. 나오미 집안의 빚을 갚아주기는 하겠는데 그 며느리 룻을 아내로 맞는 것은 싫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룻이 생각보다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아스의 인품이 돋보인다. 친척의 빚을 갚아줘서 땅을 되찾아주고, 별로 예쁘지도 않은 그 집 며느리를 아내로 맞아서 자식까지 낳아서 그 집안의 대를 잇게 해주었다. 보아스는 친척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이런 착한 마음 때문인지는 몰라도 보아스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군으로 기록된 다윗왕의 직계 조상이 된다. 물론 예수님의 육신적 조상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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