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사울의 제물

stevision 2012. 12. 7. 15:16

(04. 12. 12. 동아 시사발언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탈출하여 광야 생활을 할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곳 저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병약자들이 뒤에 처졌다. 이 때 아말렉이 그들을 공격하여 죽였다. 가나안 땅을 정복한 후에 사울이 왕으로 등극했다. 이 때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사무엘을 통해 사울에게 명령하셨다. "천하의 아말렉인들을 다 전멸시켜라. 남녀노소 다 죽여라. 아울러 그들의 가축도 다 죽여라."

사울이 하나님의 명을 받들어 원정을 가서 아말렉인들을 다 쳐서 죽였다. 그런데 사울은 아말렉의 가축들을 다 죽이라는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다. 부하들이 살찌고 건강한 가축들을 죽이지 말고 이스라엘로 가져가자고 은근히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사울은 부하들의 암묵적인 위협에 굴복하여 토실토실하고 건강한 가축들을 죽이지 않고 약탈물로 가져왔다.

사무엘이 승리하고 돌아오는 사울을 찾아갔다. 그런데 분명히 다 죽여 불태우라고 했던 아말렉의 가축들이 내는 소리가 들렸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저 가축들의 소리가 무엇이오?" 사울이 말했다. "저것은 우리에게 승리를 주신 하나님께 제물로 드리려고 가져온 것들입니다." 이에 사무엘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습니다. 왕께서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하나님을 저버렸으므로 하나님께서도 왕을 버리시어 그 왕좌를 다른 자에게 넘기실 것입니다"라고 했다.

왜 하나님께서는 사울이 가져온 제물을 그토록 거부하시며 사울의 왕위를 폐하시기로 작정하셨나? 하나님께서는 사울이 하나님의 백성을 다스릴 왕으로서 자질이 부족함을 보셨다. 솔선수범하여 하나님께 순종해야 할 이스라엘의 왕이 하나님의 명을 우습게 보아 본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말렉의 사람들과 가축들을 다 죽여 불태우라 하신 것은 그들이 짐승만도 못한 짓들(동성애, 집승과 교접, 근친상간, 이웃과 간음, 인신제사, 등)을 해서 인간으로 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어느 지역의 모든 사람들과 그들의 가축을 다 진멸하여 불태우는 것은 일종의 종교의식행위였다. 하나님 앞에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는 자들을 그들의 소유와 함께 하나님께 다 번제로 드리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왕 사울이 이러한 종교적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나님께 불살라 드려야 할 것들 중에 좋은 것을 가려 자신들의 소유로 삼으려는 괘씸한 태도를 사울과 그의 부하들이 보였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사울이 가져온 가축들을 받으시기를 지극히 꺼린 이유가 또 있었다. 이미 그 가축들은 아말렉 족속들에 의해 성적으로 더럽혀진 것들이다. 토실토실한 암양은 아말렉의 남자들의 정욕해소 도구였다. 물론 아말렉의 여인들이 가축의 숫놈들과 은밀히 교접을 했을 것이다. 성경은 가나안인들의 그러한 풍습을 이스라엘이 절대로 본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그렇게 인간들과 교접한 가축을 인간이 잡아 먹으면 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더러운 음식인가? 그런 음식을 먹고 사는 인간들의 영적 상태가 얼마나 황폐해졌겠는가? 하나님을 섬기는 이스라엘이 그런 가증스런 음식을 먹고 거룩함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런 가증스런 음식을 먹고 하나님께 거룩하고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있겠는가? 또 그렇게 더럽혀진 가축들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겠다면 이 얼마나 가증스런 제물일까? 이 얼마나 하나님을 우습게 보는 행위인가?

하나님께서 하지 말라 하신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로 이해 안 된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금하신 것을 당돌하게 하는 것은 큰 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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