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범사에 때가 있는 법

stevision 2012. 12. 8. 09:34

(05. 4. 3. 동아 시사 발언대)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같은 병을 지닌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말이다. 오늘은 기독교인, 특히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 자들에게 있어서 기다림의 신앙이 어떠한 것인가 말하고자 한다.

중고등학교 학생이 아무리 이성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고 해서 결혼에 대한 준비도 없이 결혼하여 부부생활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게 되면 평생 더 많은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만사에 때가 있다는 것은 준비되지 않은 채 복으로 생각되는 것이 임하면 필시 그 복이 복이되지 못하고 화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자신에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만사에 때가 있는데 그 때에 맞춰 살려면 인내 즉 기다림의 신앙이 필요하다. 병든 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는 것과 바로 인내의 삶이다. 병이 쉽게 고쳐지지 않더라도 인내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기다리면 적당한 때가 되면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더 성숙한 믿음의 소유자가 되어 나온다.

부끄럽지만 신앙간증 하나 해야겠다. 본인은 대학 2학년 2학기 기말 시험 때부터 꼬박 2년 즉, 4학년 2학기 기말 시험 때까지 병마에 시달렸었다. 그 병은 그리 간단한 병이 아니었다. 누구나 봐도 아주 심각한 병이었으며 자칫 만성병으로 되어 평생 고생하다가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심각한 병이었다. 꼬박 2년 동안 매일 쓰디 쓴 약을 먹었다. 처음 병에 걸렸을 때 한 달이면 나을 병이겠지 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병의 정도에 따라 12 개에서 1개의 알약을 먹어야 했다. 차츰 그 수를 줄여 마침내 약을 한 알도 먹지 않아도 되면 낫는 병이었다. 그런데 그 알약의 수가 5 개 정도 되면 또 수치가 팍 올라가곤 해서 나의 진이 다 빠지게 했다. 그렇게 계속 약을 먹다가는 만성이 되어 비참한 최후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은 "믿음으로 이겨야지. 이까짓 것 알약 다 휴지통에 버리고 기도해서 한 번 나아보자"라고 작심하고 알약을 다 버리고 기도만 했다. 그런데 그 병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병이 더 악화가 되었던 것이다. 자존심 팍 구겨진 채 또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꼬박 2년 동안 (어쩌면 그렇게 딱 2년 동안) 병마와 씨름해야 했다.

약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많이 빠졌었다. 그런데 졸업사진 찍을 때가 되어 약의 양이 상당히 줄게 되었고 머리카락이 상당히 복구된 채로 졸업사진을 찍게 되었다. 하나님의 섬세한 배려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대학 3,4학년을 고통중에 보냈다. 그러는 사이 신검을 받아 군대가 면제되었다. 결국 군에서 고생하며 지낼 그 기간을 병과 싸우며 창조주 하나님의 자비만 바라보며 내 자신을 성찰하고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가운데 보낸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내가 원하고 떼쓰며 기도한다고 변경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시간표가 있다. 세상의 모든 소망이 사라져 갈 때 우리는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게 되고 그러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장 가까이 오셔서 자신을 계시하신다. 일단 이 하나님을 체험한 다음에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짐을 벗기시고 자유를 주신다. 그 자유는 새로운 인생관을 가진 자가 누리는 새로운 자유이다. 삶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깨닫는 자가 누리는 자유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자가 누리는 상큼한 자유이다. 비온 후의 하늘이 맑고 공기가 시원하지 않은가!

지금 병으로 고통을 당하시는 분이 계신가? 하나님을 신뢰하시라. 혹시 생명을 거두어 가시더라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가장 겸손하고 근본적인 신앙을 고백하시라.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고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마음에 깊이 생각하며 세상의 시끄러움에 눈과 귀를 닫아보시라. 그러면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과의 침묵의 대화 가운데 삶의 목표가 바로 세워질 것이다. 삶의 목표를 잡으면 당신의 병은 이미 극복된 것이다. 이제 그 병에서 벗어날 날을 기대하며 하루 하루 새로운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다 차면 병은 치료된다. 이것은 내가 친히 체험한 것이다.

힘들겠지만 참고 인내하십시오.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빤쓰 논리  (0) 2012.12.08
넓은 길로 가면 안 됩니다   (0) 2012.12.08
등따습고 밥굶지 않고 사는 법  (0) 2012.12.08
구원은 오직 한 길 뿐입니다   (0) 2012.12.08
우리 나라 꽃 무궁화  (0) 201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