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무신론 사상과 종교(특히 불교)

stevision 2012. 12. 8. 16:58

 

(06. 6. 12. 동아 시사 발언대)

 

아직도 기독교와 불교의 차이가 뭔지 확실히 모르고 기독교와 불교가 같은 종교라고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 중들에게 다시는 그런 주장을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한 마디 더 합니다.

우리 대충 생각하지 말고 철저하게 생각해 봅시다. 먼저 기독교는 영과 물질을 구분합니다. 순수 영이시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세상을 무에서 창조하시고 인간을 영과 육을 가진 인격적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을 믿습니다. 인간도 죽으면 영이 육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중에 최후 심판을 받게 된다고 기독교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물론 부활하면 육체가 썩지 않을 몸이 되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물질세계를 창조하실 가능성을 제가 "Being and Theology"라는 제하의 시리즈로 이곳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러면 무신론적 유물론을 생각해봅시다. 이 사상은 물질과 정신을 하나의 실체가 가진 두 양면 내지 두 특성으로 봅니다. 그래서 물질이 인간의 조합을 이루면 인간이라는 정신현상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 사상에서는 물론 이 물질이라는 것이 "저절로", "스스로" 존재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물론 설명을 못합니다. 일단 무신론은 물질이 그냥 존재한다는 막연한 억측으로부터 주장을 펼칩니다.

좋습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면 한 인간의 정체성은 그가 인간 조합으로 이 세상에서 살 동안만 유효하게 됩니다. 인간이 어떤 이유로 죽으면 그 즉시, 그 자의 정체성 내지 자아는 사라지게 됩니다. 좋은 말로 해서 범아일여(?)가 되어 자아까지도 없어지는 순간이 되는 것이지요. 그게 사실이라면 인간의 삶은 짐승보다 더 고귀할 필요가 없습니다. 적당히 타인의 눈을 피해 즐길 것 다 즐기고 죽는 것이 가장 큰 지혜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이런 인간의 정체성은 자기가 먹는 음식에 의해 규정되기도 합니다. 태어나자 마자 계속 돼지 고기만 먹고 산 자가 있다면 이 자는 돼지가 변하여 사람이 된 것이지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이런 무신론이 사실이라면 고행을 통해 좋은 업을 쌓는 것도 쓰잘데 없는 일이지요. 죽으면 자신의 모든 것 특히 자아를 비롯한 모든 게 사라지니까요.

불교가 불변하는 정신적 실체, 특히 신이나 인간의 영혼같은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무신론적 유물론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런 유물론을 견지하며 소위 "환생"이나 "윤회"같은 것이 가능합니까? 어림도 없지요. 한 아기가 태어났다고 합시다. 이 아기는 부모의 정자와 난자로부터 시작하여 그 부모가 주는 음식을 먹고 자라났습니다. 이런 자아는 절대로 과거에 이 땅에 존재했던 어떤 다른 자아(인간)의 자아가 될 수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혹시 모르지요. 옛날 죽은 자의 시체가 어찌어찌 하여 그 아이의 몸에 다 달라붙었다면 그런 주장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허무맹랑한 가설이요 억지주장입니다. 옛날에 죽었던 자가 환생하려면 새로 태어난 이 사람이 그 자의 시체를 남김없이 먹어야 약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이지요.

그러니까 불교에서 무신론을 견지하며 환생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어느 아이가 옛날에 죽은 고승이 환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그 고승이 죽은 다음에도 물질(자신의 몸)과는 다르게 따로 정신적 자아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 정신적 실체가 그 새로 태어난 아이의 정신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야 말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물질과 상관없이 별도로 존재하는 영(정신)을 불교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것도 인정 안하니 자가당착적 교리를 가졌다는 것밖에 안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