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땀방울 & 피방울

stevision 2012. 12. 8. 17:04

(06. 7. 17. 동아 시사 발언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셨다. 제자들은 피곤해서 쿨쿨 자고 있었는데, 인성을 지니셨던 예수께서는 인간적 고뇌로 인해 기도드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성경에 보니 예수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땀방울이 점차 변해 피방울처럼 되어 흘러 내렸다고 했다.

땀방울은 생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물을 마셔서 보충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땀방울을 흘리는 기도는 단순한 중보기도 내지 단순한 소원 기도를 뜻한다. 그러나 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피를 흘리면 냉수 몇 잔으로 회복시킬 수 없는 것이어서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있게 된다. 따라서 피방울 같은 땀을 흘려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자기 희생이 각오된 기도라는 뜻이 있다.

자기 희생의 정신으로 드린 기도에는 모세의 기도가 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우상숭배로 중죄를 지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진멸하시겠다고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그러자 모세는 하나님께 "이 백성을 용서해 주소서. 그렇지 않으시면 제 이름을 생명책에서 지워 주소서!" 이렇게 모세는 자기 생명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맞바꾸겠다는 결단을 가지고 하나님과 단판을 지어 이스라엘이 죄를 용서받게 했던 것이다. 사도 바울도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내가 끊쳐질지라도 내가 원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구원받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사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대단한 고통임에는 틀림없는 것이었고, 예수께서도 그 잔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게 해 달라고 성부 하나님께 기도 드렸다. 그렇다 치더라도 예수께서 단지 자신이 질 십자가를 잘 감당케 해달라고 기도 드리기 위해 피방울과 같은 땀을 흘리며 성부 하나님께 기도드릴 이유가 있었을까? 오히려 용감하게 그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보기에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성부 하나님께 피를 흘리는 심정으로 기도드렸던 내용이 뭘까?

혹시 그 때 성부 하나님과 예수님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을까?

예수: 아버지여, 이 잔을 옮길 수 있으시면 옮겨 주소서. 정말 피하고 싶은 잔입니다.
성부: ....
예수: 좋습니다. 아버지 뜻대로 제가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겠습니다. 물론 제 죽음으로 인류의 모든 죄를 다 용서해 주시는 거지요?
성부: 그건 좀 곤란하지 않겠느냐? 어찌 네 목숨 하나로 인류의 모든 죄를 다 대신 갚겠다는 거냐? 너를 따르던 네 제자들만 구원해 주겠다.
예수: 아버지여 그러지 마소서. 제 죽음으로 인류의 모든 죄를 다 용서해 주소서!
성부: 좋다. 그러면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 현재 너를 따르는 수천의 사람들만 네 생명을 대가로 영생을 주겠다.
예수: 아버지여, 모든 인류가 죄를 범해 그들을 대신해 죽을 인간이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제 죽음으로 모든 인류를 구원해 주시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영원히 절망밖에 없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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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서 자신의 생명과 인류의 구원을 놓고 성부 하나님과 담판을 벌이며 절박한 심정으로 피와 같은 땀을 흘려 기도드리신 것이다.<<
.
예수: 아버지여, 제게 어떤 극심한 고통을 주셔도 좋으니 제발 인류에게 구원의 소망을 주소서!
성부: 좋다! 그러면 모든 인류 가운데 너를 구세주로 믿는 자들에게 네가 대신 당한 죽음을 인하여 영생을 주겠다. 대신 각오는 돼 있겠지?
예수: 아버지여, 감사합니다. 저에게 고통을 이길 힘을 주소서!

이런 절박한 기도를 마친 후에 예수께서 십자가를 맞이하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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