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고마운 사람들

stevision 2015. 10. 26. 08:01

사실 나의 신앙을 복음적으로 교육해준 대학 서클은 DFC 대전지구다. 내가 충남대학 다닐 때에는 지금의 대전 DFC는 CCC 대전지구였다. 어떤 사정에 의해 CCC에서 DFC가 분리되어 나온 것이다. DFC, CCC 모두 좋은 선교단체로 추천할 만하다. 기존의 기독교인 고등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꼭 저 둘 중 하나에 들어가 제대로 된 제자 훈련을 받아 교회의 기둥같은 일꾼들이 되길 바랍니다. 예수님을 모르는 대학생들은 저 두 선교단체에 들어가면 생명의 복음을 바로 배워 반드시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갑자기 옛날 ccc에서 활동 하던 때가 새록새록 생각이 나서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쓴다. ccc에서는 대학 1학년 신입생 회원을 순원이라 하고, 순원을 모아 신앙교육을 하는 직속 선배를 순장이라 한다. 단과대학 책임을 진 자를 연순장이라 한다. (지금도 그러한지 잘 모르겠음.)

 

내가 순원일 때에는 충남대 자연과학 대학에 여러 동기 순원들이 있었다. 2학년 때에는 순장이 되어 자기 과 후배 1학년을 순원으로 삼아 성경을 가르친다. 이때 자연과학 대학의 여러 동기들이 순장의 길을 가지 않았다. 서클 생활에 시간 빼앗긴다고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러던 중 2학년 2학기 말에 나는 중병에 걸렸었고, 4학년 2학기 말까지 약을 먹으며 병치레를 했다. 졸업 후에도 한동안 완전히 회복하는 데 고생 좀 했다.

 

내가 겨울방학 거의 한 달간 충남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완치를 못한 채 퇴원했을 때 대전 ccc측에서는 내게 자연과학대학 연순장에 임명했다. 그나마 2학년 순장의 자리를 지켜 채플을 비롯한 여러 서클 활동을 한 자가 나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할 사람이 없어서(!) 완치도 못하고 퇴원한 나를 단과대 책임자로 임명한 것이었다. 어쩌겠나, 할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자리를 지켜야지! 그래서 3학년 1학기는 연순장 직분을 감당했으나, 도저히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2학기에는 다른 자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약을 계속먹으니 약 부작용으로 눈섭도 빠지고 머리도 빠지더군! 그렇다고 대머리처럼 된 것은 아니었어. 다리는 칼로 쭉 길게 그은 후 옆으로 벌려 놓은 듯이 겉 피부가 이상하게 되더군! 무슨 피부병인 줄 알고 약을 발랐는데, 한번은 외래 진료 때 담당 의사께 물어보니 약부작용이라더군. 다행인 것은 얼굴에 그런 칼자국 처럼 겉 피부가 이상한 모습이 되지는 않았다는 거지. 4학년 졸업사진을 찍을 때가 되니 다행히 머리카락이 다시 돋아나서 흉칙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리에 생긴 흉터 비슷한 모양은 아직도 건재(!)하다. 3학년 2학기를 앞두고 휴학을 할까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았다. 그 때에는 도저히 몸이 피곤해서 난 연순장을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연순장은 할 수 없었지만 3학년, 4학년 때 선배 순장으로서 자리는 지켰다. 다른 자연과학대학 동기들은 제대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졸업하는 날 자연과학대학의 후배 순장들과 순원들은 나의 졸업을 축하해주었다. 그날 음식점에 그들을 데리고 가서 함께 식사를 했고, 졸업 후 내가 시골 집에 내려가 있었을 때 그 후배 순장들과 순원들은 순여행이라며 우리 집에 단체로 여행와서 하룻밤 지내고 갔다.

 

사랑스럽고 귀하고 고마운 내 후배들: 상욱이, 미화, 진옥이, 경희, 준영이, 찬우.... 등.

 

내가 병을 핑계로, 공부를 핑계로 순장의 자리를 도중에 포기했더라면 하나님께서는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자를 통해서 저 후배들을 보살피시고 양육하셨겠지. 만에 하나 나도 순장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동기들도 다 순장의 길을 포기했더라면 자연과학대학은 잠시 해가 뜨지 않은 암흑이 되어 후배 순장과 순원들은 기가 팍 죽어 살았을 것이다. 다른 단대의 선배들은 저렇게 훌륭하신 순장님들이 많은데, 우리 자연과학대학은.... 아비 없는 고아 기분.... 아마 이런 거였겠지.

 

내가 자연과학대학 순장으로서 한 일은 별로 없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후배들과 함께 하니, 결국 저들은 나를 신앙의 선배로 알고 따르더군. 다른 동기들이 자리를 소홀히하거나 떠났을 때 나 홀로 자리를 지키니 내 밑의 후배들의 >선배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다 내게 쏠리더군. 이렇게 좋고 고마울 수가! 이런 신앙의 선후배간의 사랑과 존경의 감정은 천국에서도 영원히 계속될 거야.

 

지금 생각하니 자리를 떠난 자연과학대학 내 동기들이 그렇게 고맙더라고! 그 좋은 기회를 내게 다 양보하고 떠나다니! 이건 진심이야. 당시에 '왜 나 혼자 X고생이야!'라고 생각 한 적은 없었지만 솔직히 힘들고 괴로운 적은 좀 있었다.

 

DFC의 가지장, CCC의 순장 여러분, 4학년 졸업할 때까지 자리 꼭 지키십시오. 보람과 기쁨이 그보다 더 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공부를 핑계로 자리를 떠나는 것은 쪼잔한(!) 짓이고, 잠시 서클 활동을 접고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 후 좋은 직장 구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열심히 신앙의 후배들 돌보겠다는 것은 비겁한 짓일뿐더러 돌볼 기회도 오지 않을 것입니다.

 

>>졸업할 때까지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DFC 가지장, CCC 순장에게 여호와 이레의 축복이 임할지어다. ..... 하나님의 종 김종택(Z^_ste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