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여자의 일생

stevision 2016. 10. 23. 21:14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남자는 죽어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여자는 죽어 묘(墓)를 남긴다.

 

여자가 시집가서 남편 공경하고, 꾹 참고 결혼생활 잘 해서 자식들 잘 키워 남편의 집안을 살려 놓고 죽으면 남편 집안의 묘지에 묻히고, 그 집안의 존경스런 조상으로 길이길이 남게 된다.

 

여자가 시집가서 남편을 멸시하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리며 결혼 생활 엉망으로 하고, 심지어 바람까지 피워 들켜서 이혼을 당하면, 나중에 죽어 친정 집안의 묘지에 묻혀 길이 길이 홀로 집안 망신 다 시킨다. (그래서 친정 집안 사람들은 이 여자에게 묘를 만들어 주지 않고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강에 뿌려 아예 이 여자의 흔적을 없앤다. 이혼 당한 여자의 비참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자가 이혼하고 재혼하거나 과부가 되어 재혼하면 나중에 죽어 재혼한 새 남편 집안의 묘지에 묻히게 된다. 이때 과부였다 재혼한 여자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에게 자신을 전 남편의 집안의 묘지에 묻어달라 하면 안 된다. 이는 예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사별한 전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를 떠나 다른 집안의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된 여자를 (사망 이후라고 하더라도) 자기 집안에 받아들일 수 없다. 재혼과 함께 그 여자는 이미 사별한 전 남편의 아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남편의 집안 사람들도 다른 집안에 시집간 여자를 자기 집안 묘지에 묻는 데 대단한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새 남편의 집안의 묘지에 매장 되더라도 새 남편의 첫 부인의 옆에 묻혀 '첩' 취급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새 남편의 집안 후손 사람들이 그 재혼한 여자를 과연 존경하는 조상으로 여길까? 과부의 재혼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다. 저런 상황까지 감안하여 종합적 판단을 하여 재혼을 결정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과연 재혼을 하여 다른 집안의 사람이 되는 것이 나와 내 친자식들을 위해 좋은 일인가?

나는 과연 어느 집안의 사람으로 살다 죽어야 하는가? 이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여자가 지혜로운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