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12. 28. 동아 시사 발언대)
과거 구약 시대의 정치적 맥락에서 기록된 구약성경을 신약성서 기자들은 예수님과 관련시켜 새롭게 해석했다. 마찬가지로 신약성서 자체도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철학적 맥락 안에서 기록되었다. 따라서 신약이 구약에게 그리했던 것처럼 현재의 우리도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종교적(신앙적) 해석을 신약성경에 가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가 신약에서 현재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진리를 얻게 된다. 신약 종말론의 핵심은 예수님의 재림과 최후 심판,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의 창조이다. 이것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서 우리에게 성취되어야 할 의미 있는 종말로 남아 있다.
*예수님의 종말론: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종말의 시기는 예루살렘이 멸망(서기 70년)한 후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된 다음에 임한다. 하지만 그 정확한 재림의 시기는 하나님 아버지 외에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예루살렘 멸망은 역사적으로 성취되었다. 그 이후 이스라엘은 완전히 망하여 그들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살게 된다. 2차 세계대전 후에 비로소 그들은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 독립하게 된다. 그런데 복음서에서 보면 예수님의 재림이 예루살렘 멸망 후 바로 이어진다는 쪽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막13:30). 그래서 서기 70년 이미 이 땅에 천국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예수님의 재림이 없을 것이라 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극히 편협한 생각임을 알 수 있다. 계시록에 보면 최후 심판도 나오고 지금의 세상이 사라지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신자들에게 임한다는 말씀이 나온다. 지금 이러한 예언은 성취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학은 예수께서 초림하심으로 천국이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완성은 예수님의 재림과 최후 심판과 새 하늘과 새 땅이 임하는 것으로 성취된다. 아직도 성취되지 않은 신약의 예언들이 많다. 따라서 예수께서 "이 세대 안에 (재림까지) 다 이뤄지리라"고 하신 막13:30 말씀은 "종말 전 살아있는 자들의 세대에 이 모든 일이 다 일어나리라"는 식으로 재해석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인자(人子)가 예루살렘 멸망 이후에 온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인자가 와서 이스라엘을 정치적으로 해방하여 나라를 회복시킬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스라엘 성전까지 완전히 멸망한 이후에 인자가 온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가졌던 정치적 메시야 사상을 완전히 거부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인자가 바로 예수님 자신이라 해석한다. 다른 한편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믿는 자들에게 셩령을 보내신 것을 생각하면 예루살렘 멸망 이후에 인자가 오리라 하신 말씀이 영적으로는 이미 성취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예수께서 성령을 통하여 다시 신자들에게 오셨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영적 이스라엘은 교회를 통하여 새로 탄생(회복)되었다. 하지만 최후 심판을 위한 실제적 재림은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
*바울의 종말론:
예수께서 부활 승천하신 후 약속하신 재림이 늦어지고, 믿는 자들이 죽어가자 사람들이 예수님의 재림과 죽은 자들의 부활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바울은 이 자들에게 위로와 확신을 주기 위해 예수님의 재림과 신자들의 부활을 말한다. 바울의 종말론은 예수님의 재림 시기를 도적의 침입에 비유하여 신자가 깨어있어야 함을 말하고, 죽은 다음의 육체적 부활을 강조한다.
*베드로후서의 종말론:
베드로 후서 3장에 나온 종말과 재림은 세상의 심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옛날에 노아 홍수 때 죄지은 자들을 물로 심판했듯이 예수님의 재림은 체질(elements, 원소들-땅,물,공기,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진 다음에 곧바로 이뤄진다. 즉 불로 죄악된 세상이 멸망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종말론은 스토아 철학의 불->세상->불로 이어지는 영원한 세계 순환을 기독교적으로 개조하여 받아들인 것 같다. 스토아 철학과는 달리 베드로 후서에서는 세상이 불로 다 녹아진 후에 거기서 저절로 세상이 다시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불심판으로 세상이 녹아지면서 예수님의 재림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요한 계시록의 종말론:
묵시문학의 인자가 바로 예수님으로 소개된다. 고난을 당한 어린양이신 예수께서는 이 땅에 세워진 사탄의 왕국을 단계적으로 철저히 파괴하신다. 그리고 예수께서 모든 인간들을 최후 심판하신 후에 이전 세상이 갑자기 사라지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신자들에게 임하여, 거기서 어린양의 피로 구원받은 자들은 하나님과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된다.
이렇게 신약에서는 정치적, 종교적(신앙적), 철학적, 묵시문학적 맥락의 종말론이 나오고 있다. 이것을 하나로 엮어 하나의 통일된 종말론을 구성하는 것은 무리이다. 애당초 여러 저자들의 여러 관심사가 신약의 종말론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신약의 종말론들을 현 시대에 맞게 그것들의 본 뜻을 살려 우리의 신앙에 유익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 유익한 방향이라 함은 교회의 유익과 신도들의 신앙 인격의 함양을 증진하는 방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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