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고스톱 이야기

stevision 2012. 12. 7. 19:44

 

(05. 1. 27. 동아 시사 발언대)

 

오늘 나는 나의 대학시절 내가 자행한 만행(?)에 대해 자아비판을 한다.

때는 나의 대학 4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공부만 하고는 살 수 없는 법. 그래서 나는 선배 두 분과 함께 자취방에서 고스톱을 쳤다. 한 선배는 서울대 대학원생(이 선배는 대학원을 모교에 안 가고 그곳에 갔다)이었고, 다른 한 선배는 군대를 졸업한 복학생이었다.

드디어 고스톱이 시작되었다. 두 선배님들은 자신만만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원래 고스톱이나 짓고땡같은 것을 잘 모르는 선비라서 기가 팍 죽은 채 게임에 임했다. 고스톱에 돈을 안 걸면 맛이 안나지. 그래서 1등은 면제 2등은 얼마 3등은 제일 많이 내서 과자를 사다먹기로 했다.

게임은 처음부터 전혀 예측을 벗어나 진행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날은 나를 위한 날이었다. 온갖 풍성한 열매를 다 거둬들였다. 두 선배님들에게 피박도 많이 씌웠고, 고돌이도 나고 청단 홍단은 물론 기본이었고...

두 선배님들은 연거푸 한숨만 팍팍 쉬었다. 나는 표정관리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그 날 나는 오랫만에 1등이라는 것을 해봤다. 아! 얼마만의 1등인가!

어떻게 고스톱에 문외한인 내가 쟁쟁한 선배님들을 제치고 1등 했냐구요?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사실 그 날 저는 용돈이 다 떨여져서 주머니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 사정을 어떻게 아셨는지 하나님께서 그렇게 패가 잘 들어오게 도와주시더라구요.

노름(?)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다는 것이 좀 뭣한 말이지만 나는 그 이후 하나님을 더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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