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겉과 속

stevision 2012. 12. 7. 19:59

(05. 2. 15. 동아 시사 발언대)

 

겉이 아무리 화려한들 속이 텅 비었으면 무슨 가치가 있는가?

빈 상자를 거룩하게 보이게 하여 사람들을 현혹시켜 그것을 신처럼 섬기게 하려면? 먼저 거짓의 아비인 마귀(사탄)에게 사악한 지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사탄이 이렇게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 빈 상자를 금으로 싸서 놓아보아라. 그러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저 안에 무엇이 들었길래 저렇게 귀한 금으로 입혀놓았을까? 그 안에 분명 금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 것이라'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점차 그 상자 주위로 몰려든다. 그러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곳에 많은 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모여있으니 뭔가 귀한 것이 있겠지?'

이제는 마귀가 직접 나서서 일을 꾸민다. 마귀는 학식이 뛰어난 자로하여금 그 빈 상자에 대해 '철학적으로 아주 심오한 것을 담고 있다'고 평가하게 한다. 사람들은 '저렇게 뛰어난 학식을 가진 분이 저 상자를 높게 평가하셨으니 저 상자는 분명 고귀하고 거룩한 것임이 분명하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들자 마귀는 세상에 염증을 느끼는 자들 몇을 골라 본격적으로 빈상자를 성스럽게 하고 그러한 것들을 매개로 하여 종교화시킨다. 마귀는 이 염세주의자들을 그곳에 몰려든 자들의 스승으로 세운다. 이 염세주의자들은 사람들에게 "고행을 해야 저 상자가 가르치는 교훈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라고 가르친다. 이런식으로 몇몇 염세주의자들은 그 빈상자 종교를 교리화시킨다. 결혼하지 않아야 저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음식을 가려먹어야 저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사람들이 더 몰려든다. 고행을 하는 자들을 보면 뭔가 더 종교적이고 더 고상해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뭣도 모르고 '저렇게 고행을 하며 얻으려하는 진리는 얼마나 고귀할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몇몇 염세주의자들이 30년 정도 수행을 하다가 자기가 뭔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종교조직에서 나올 수 없는 자가 되었다. 이미 뭣도 모르고 몰려든 자들로부터 위대한 종교인이요 인생의 스승이라 추앙받고 있어서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자가 죽어가며 솔직한 말을 한다. "나는 저 빈 상자에 대해 평생 진리를 깨우치려 했으나 나의 수행이 부족하여 그 진리를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는 죽는다. 이 말을 들은 자들은 더 열광한다. "저렇게 도를 많이 닦고 수행을 잘 하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께서 저런 겸손한 말씀을 하시다니, 이 종교는 참으로 좋은 종교다. 우리도 이 귀한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말자."

그래도 일찌감치 이 빈 상자 종교의 허구성을 깨달은 자에게 마귀는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여. 다 빈 것이여. 저 빈 상자가 가르치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여." 그리하여 몇몇 염세주의자들은 풍선보다 더 가벼운 소위 그 심오한 진리를 붙잡고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성경에 죽은 사자보다 산 개가 낫다고 했다. 빈 상자는 생명이 없어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없다. 생명없는 나뭇조각에 아무리 금을 입혀놓고 십억 번 절을 해 보시라. 십억 번 허무한 것에다 절을 했다는 쓰잘데 없는 종교수행의 업적 외에 그 무슨 유익한 것이 남겠는가? 물론 운동효과는 크겠지. 인간은 헛된 우상을 버리고 참 생명이신 하나님께 나아와야 한다.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의 사랑   (0) 2012.12.07
좋은 종교 vs. 나쁜 종교   (0) 2012.12.07
예쁜 손  (0) 2012.12.07
설교 시간에 ...   (0) 2012.12.07
요나의 표적 이야기   (0) 201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