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축제의 날

stevision 2012. 12. 7. 20:03

(05. 2. 20. 동아 시사 발언대)

 

대학에 들어가면 축제라는 것을 접하게 된다. 동문축제, 과축제, 대학축제 등이 있다. 클라스 축제에 참석하여 삼행시 짓기에 나갔다. 거기서 경품을 받았는데 글쎄 화장품이 다 뭐야? 차라리 새우깡 두 봉지가 더 났지! 그냥 버릴 수는 없고 해서 써클(C.C.C.) 선배에게 건네줬다. 그 선배 되게 좋아하더군.

동문회 축제 때의 일이었다. 친구 하나가 파트너를 데려왔는데 이 친구 그 파트너가 맘에 안들었나보다. 그래서 아주 그냥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파트너를 그냥 방치해두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내 친구가 그 파트너가 좀 안돼보였는지 그녀에게 가더니만 Shall we dance? 하더니만 부르스 한 라운드를 멋지게 췄다. 내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남자라면 그 정도 에티켓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 사이에 너(stevision)는 뭐하고 있었냐고? 저야 제 파트너에게 충실했지요.

때는 대학 4학년 과축제 날이었다. 쌍쌍 파티였는데 마땅한 파트너가 없었다. 그래서 자취방 주인의 막내딸(영문과 3학년이었고 탈렌트 모씨와 매우 닮았음, 한 마디로 예쁘다는 얘기)에게 함께 가자고 했더니만 이미 선약이 되어 있다나?

축제 한 시간 전에 나는 백화점 1층 에스컬레이터 주위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자들을 살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한창 때의 최진실 같은 아가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 오늘 과축제인데 제가 파트너를 못구했습니다. 파트너 좀 돼 주세요." 그런데 마침 이 아가씨는 당시 우리 대학 심리학과 3학년이었다. 이 아가씨는 시간이 없다고 했다. 나는 일단 그 아가씨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리고 절대로 놓지 않았다. 계속 끈질기게 함께 가자고 했다. 이 아가씨는 그럼 파티 도중에 나와도 되냐고 했다. 다른 약속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리게 됐나?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가까스로 제 시간에 파티장에 도착했다. 춤을 추는 시간이었는데 글쎄 복학생 선배가 자꾸 내 파트너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다. '선배, 약혼녀나 잘 챙기쇼.'

그랬다. 내 파트너가 그 축제에서 가장 예뻤던 것이다. 파티 도중에 그녀는 아쉬움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떴다. 내가 그녀를 마지막 본 모습이다. 나는 엽서를 사서 "당신이 그 파티에서 가장 아름다웠습니다"라고 써서 심리학과 우편함에 넣어 놓았다.

그 축제 날 아침 나는 대학 마지막 축제인데 아직 파트너가 없으니 예쁜 파트너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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