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어느 외국인

stevision 2012. 12. 7. 20:09

(05. 3. 6. 동아 시사 발언대)

 

전철을 타고 가는데 한 거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거지는 정말로 눈뜨고 못봐줄 정도로 처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피부병에 걸렸는지(혹시 문둥병은 아닌지) 여러 곳의 피부가 벗겨져 있었고, 속살이 보이고 체액이 나오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옷도 얇은 것을 입고 있었고, 그 자의 병든 피부를 다 감싸지 못하고 있었다. 이 자는 전철 안에서 자리를 잡고 침을 바닥에 뱉었다. 사람들이 그 자 주위로 가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후에 누가 지하철 직원에게 알려줬는지는 몰라도 직원이 와서 그를 내리라고 했다.

이 때 한국 사람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은 것으로 보이는 서양 여성이 자기 딸이 먹고 있던 과일을 그 거지에게 줬다. 딸에게 먹이려고 간식으로 과일을 준비하여 봉지에 담고 다녔던 것을 그 거지에게 줬던 것이다.

나를 비롯한 그곳의 모든 한국 사람들은 그 자에게 가까이 가는 것조차 꺼려했는데, 한국 사람에게 시집온 그 서양 여인은 그 자를 불쌍히 여겨 먹을 것을 줬던 것이다.

아하! 사랑의 실천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나는 그 서양 여성의 모국에 대해 갑자기 존경스런 마음이 일었다. 서양 사람들이 한국의 장애아들을 입양하여 훌륭한 사람으로 기른다는 소리를 우리가 자주 듣는다. 한국인의 친부모가 버린 그 장애아, 그리고 조국이 버린 그 장애아를 거두어 자식으로 삼는다는 것이 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사랑의 실천 이것이야말로 선진국 국민의 자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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