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염소 두 마리 이야기

stevision 2012. 12. 7. 19:27

(05. 1. 7. 동아 시사 발언대)

 

구약성경 레위기에 보면 속죄일에 대한 규정이 나온다. 일년에 한 번 이스라엘은 전국적 차원에서 속죄일에 두 마리의 염소를 희생시켜 자신들의 죄값을 치른다. 먼저 한 마리는 하나님께 바쳐진다. 이거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머지 한 마리는 아사셀에게 바쳐진다. (아사셀이 광야의 마귀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이 뒤의 염소는 이스라엘의 죄를 담당하여 광야에 버려진다. 그러면 아마도 바로 짐승들의 밥이 될 것이다.

이 속죄일의 염소 두마리 이야기는 기독교의 예배의 본질이 무엇인지 밝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독교의 죄사함의 교리에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속죄일이라 함은 그 날에 1년 동안 지은 죄를 용서받는 날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인들의 죄를 대신 져야 할 짐승이 필요했는데, 이 짐승이 바로 두 마리의 염소였던 것이다. 그런데 보통 생각으로 이 두 마리를 다 하나님께 희생제물로 바쳐야 함에도 하나님께서는 반만 받으시고 나머지 반은 세상의 광야에서 고통을 받고 죽게 하신 것이다.

이 이야기의 본 뜻은 이렇다. 즉, 죄 용서는 하나님과 세상사람들에게 동시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웃에게 죄를 범하면 그 행동은 일차적으로 하나님께 범한 것이 된다. 그 이웃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물이고, 그 피조물이 하나님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이웃집 소를 죽이면 그 이웃에게 일차적으로 피해를 준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의 죄를 용서받기 위해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스라엘인들은 이웃에 대한 죄를 그 당사자에게 용서받을 필요가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따라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모든 죄에 대해 절반만 용서하실 수 있는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뜻으로 속죄 제물의 절반만 받으시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세상에서 죄값을 치르게 하셨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웃에게 원망받을 일을 했으면 먼저 그와 화해하고 나서 하나님께 제물을 바치라 하셨다. 이웃이 그를 용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님께서 그의 제물을 받으시고 그에게 복을 주시면 하나님께서는 '뇌물'을 좋아하시는 분밖에 안되신다. 믿는 자들의 예물과 예배가 진정한 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웃에게 행한 죄값을 치러야만 한다. 그게 사과든 금전적 보상이든간에. 예수께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가이사(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라고 말씀하신 것도 이와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기독교인이 국민의 의무를 게을리한 채 하나님 일에만 열중하면 결과적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하나님의 영광만 훼손하게 된다.

>>이웃에 대한 책임을 다 할 때 우리의 예배가 진정한 예배가 된다. -ste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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