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1. 19. 동아 시사 발언대)
지금 자기가 사는 지역이 아버지의 고향과 다를 경우, 곧 아버지의 고향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사는 경우 그 자를 나그네라 말한다. 아브라함은 나그네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의 아들 이삭은 나그네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기 아버지 아브라함이 이삭을 가나안 땅에서 낳았기 때문이다.
이삭이 장가가고 나서 얼마가 지나 가나안 지역에 큰 흉년이 들었다. 이삭은 나일강을 끼고 사는 애굽(이집트)으로 거처를 옮길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네가 살고 있는 네 고향을 떠나지 마라.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겠다."
왜 하나님께서 이삭이 먹을 것이 없어 양식이 있는 애굽으로 가려는 것을 막으셨을까? 그것은 하나님께서 이삭이 낯선 땅에서 다시 나그네의 삶을 사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민법에도 남의 땅을 주인의 간섭없이 20년간 사용하면 자기 것이 된다. 땅은 먼저 차지하는 자의 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있더라도 주인이 그 땅을 버리고 떠나면 누구라도 그것을 자기 땅으로 삼을 수 있다. 가나안에 흉년이 들었을 때 그곳에 살던 땅 주인들은 짐을 싸서 애굽으로 갔을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나그네로 살게 된다. 그러나 흉년이라는 기간을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으로 견디게 되는 이삭은 자기 아버지가 나그네로 살았으나 이제 타인이 버리고 간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애굽으로 갔던 자들 중에는 도중에 혹은 거기서 죽은 자도 많았을 것이다. 드디어 빈 땅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이삭이 차지하는 위치는 바로 가나안이 이스라엘인들의 고향이 되게 했다는 데 있다. 후에 이삭의 아들 야곱과 야곱의 자손이 애굽에 갔을 때 그들은 자기 조상들이 살았던 가나안을 항상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고 살았다. 기회가 닿자 그들은 조상들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와 나라를 건설하게 된다. 잠시 배가 고프다고 이삭이 가나안땅을 버리고 애굽에 갔더라면 이스라엘 자손이 가나안땅으로 돌아와서 나라를 건설할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조금 배고프다고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을 헌신짝처럼 버려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일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에는 주인과 같은 자들과 나그네와 같은 자들이 있다. 주인행세를 하는 자도 조금 교회에 어려움이 닥쳤다고 다른 교회로 가버리면 새로 간 교회에서 나그네의 지위밖에 얻을 수 없다. 그러나 비록 다른 곳에서 이사와 나그네처럼 살고 있는 자라 할지라도 새로운 교회에 좋은 일이 많든 가끔 나쁜 일이 생기든 개의치 않고 거기서 충성하면 주인이 될 수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내심이 많은 자는 주인이 되고 그게 없는 자는 평생 나그네로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