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30일 인터넷에 공개)
필리오케(filioque)라는 말은 '아들(성자 하나님)로부터도'라는 뜻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옛 신앙의 선배들이 삼위일체론을 정립하면서 성령께서 어떻게 존재하시게 되었는가를 논의하는 중에 처음에는 동서방 기독교 공히 '아버지(성부 하나님)로부터 나오셨다'만 주장하다가 서방 기독교계에서 후에 '아들로부터도'를 첨가하게 되었는데, 이 '아들로부터도'라는 말이 바로 '필리오케(filioque)'다. 이후 동방 기독교는 필리오케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동서방 기독교가 갈리게 된다.
과연 성령께서 성부 하나님으로부터만 나오셨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성부 하나님과 성자 하나님으로부터 나오셨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필리오케가 맞다면 어떻게 한 성령께서 독자적 인격을 갖추신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오실 수가 있나?
만약 필리오케가 맞지 않는다면 삼위일체론은 심각한 균열을 보이게 될 것이다. 성자와 성령께서 상호 존재적 관련성이 없다면 어떻게 삼위께서 한 하나님이 되신다고 이해하나? 이 세상의 신적 사역은 성령의 사역인데 어찌 그 사역이 성자의 사역과 연결이 되나? 그리고 성경이 증거하길 이 세상이 성자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창조되었다고 하는데, 이 세상에서 일을 하시는 성령께서 성자로부터 나오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세상의 일이 성자로 말미암았다고 할 수 있나?
따라서 필리오케는 포기할 수 없는 기독교 신앙의 조항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필리오케를 이와같이 설명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 설명해 놓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글들을 읽은 분들은 이해가 쉬울 겁니다.) 내가 제시하는 삼위일체는 처음에 자존하시는 성부 하나님께서 계셨고, 이 성부 하나님께서 '독생'의 과정을 거처 자기 스스로를 한 번 더 존재케 하시어 자신과 모든 면에서 동일한 성자 하나님이 있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 성자 하나님께서는 성부 하나님과 모든 면에서 심지어 자존성까지도 같은 정도의 신성을 소유하신 분이시다. 이 때의 상황을 성경이 아버지(성부)의 품에 계신 하나님(성자)으로 표현한다. 이 때 성부와 성자가 계신다고 두 하나님들이 존재하신 게 아니라 한 하나님께서 두 자아들을 갖고 계신 것이다. 말하자면 성자는 성부의 제 2의 자아이신 것이다. 이 성부와 성자께서는 하나님 자신의 존재 차원에 계시는 분들이시다. 그런데 성부께서는 자신의 존재를 자기 자신의 존재 차원에 두시면서도 동시에 한 번 더 자신의 존재를 공간 안에 두실 수도 있으신데, 성부 하나님께서 한 번 더 완전한 신성을 가진 제 3의 자아를 공간 안에 두시어 나타난 존재가 이를테면 성령이신 것이다. 성령은 '파송'의 과정을 거쳐 존재하시게 된 완전한 하나님이시다. 완전한 하나님이시라는 말은 성부 하나님과 모든 면에 있어서 완전 동일한 신성(자존성까지도)을 가지셨다는 말이다.
이렇게 유일하신 한 하나님께서는 영원 전부터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완전한 신성을 가지신 세 위격적 실체들(신적 자아들)로 존재하신다. 인간의 아버지, 아들, 손자는 세 사람들이지만, 성부, 성자, 성령은 한 하나님께서 동시에 세 자아들로 계시며 존재하신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제 필리오케 문제를 풀어보자. 성자 하나님께서도 모든 점에 있어서 성부 하나님과 동일한 신성을 가지셨으므로 성자께서도 거듭하여 자신의 존재를 공간에 두실 수 있으시다. 이렇게 성자께서 자신의 존재를 거듭하여 공간에 두시어 완전한 신성을 갖춘 하나님이 공간에 존재하실 경우 그 하나님의 기원은? 물론 성자로부터 나오신 것이다. 그러면 이 경우에 성부로부터도 나오셨다고 할 수 없나? 물론 그 말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성자로부터 나와 공간에 계신 하나님은, 성부께서 성자로 자아를 확장시키시고 그 성자의 존재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존재를 공간에 파송하셨으니, 성부로부터도 나오셨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성부께서 독생의 과정을 거쳐 성자가 있게 하시고, 이 성자께서 자신의 존재를 공간에 파송하여 성령이 있게 하셨을 경우에,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로부터 나오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부께서 성자를 독생하시고 그 성부께서 자신의 존재를 공간으로 확장시키실 수도 있었으나, 성령의 파송을 성자께 위임하심으로 결과적으로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로부터 파송된 분이 되게 하신 것이다. 성령이 성부의 제 3의 자아이시니 성부의 영이 되시고, 성령이 성자의 제 2의 자아이시니 성자의 영이 되시는 것이다. 성자께서 성부로부터 독생의 과정을 거쳐 존재하실 때 이미 그분 안에는 성부의 마음이 현존재 계셨고, 성부의 마음이 현존해 계신 성자께서 공간에 자신의 존재를 '파송'하셔서 존재하신 성령 안에는 결과적으로 성부와 성자의 마음이 현존해 계신 것이다.
이처럼 필리오케는 유일하신 한 하나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라는 세 위격적 실체들로 존재하신다는 사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한 하나님이시라면 당연히 성령은 성부로부터 또 성자로부터 나오신 분이시어 필리오케가 성립되는 것이다. 성령께서 성자의 영이 아니시라면 어떻게 성자와 일체를 이루나? 성령이 성부의 영이시고 성자의 영이시어야 온전한 삼위일체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충만한 삼위일체성, 세 위격들의 존재와 사역의 일치, 세 위격들의 사역의 통일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리오케가 정통 교리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아울러 성부의 위임에 의해 성자께서 성령을 파송하셨다면 성령의 입장에서는 '성령께서 아들에게서(filio) 나오셨고, (성자께서 성부에게서 나오신 성부의 제 2의 자아이시므로,) 아버지에게서도(patreque, 파트레케) 나오셨다'라는 말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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