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옛날을 추억함

stevision 2013. 12. 27. 09:09

(2013. 12. 24에 작성한 글)

 

 

옛날이 그리울 때가 있고, 옛날을 생각하면 아쉬운 맘이 들 때도 있다.

 

아픈 추억도 있지. 이런 기억은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 그런 아픈 추억을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심정은, 아마도 위로를 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아마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일 거야. 내가 가입했던 기독교 서클이 전주대학에서 전국 수련회를 했다. 그런데 내게는 수중에 수련회비의 반토막밖에 없었다. 후배들의 모범이 되어 반드시 그 수련회에 참가해야 했지만, 어쩌겠나? 다른 핑계대고 불참하는 수밖에!

 

좋은 핑계거리가 있지. 난 그때도 어떤 병에 걸려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2학년 2학기말 시험 때 시작된 병이 그때까지도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과학 대학 서클 직속 후배들에게 "나는 몸을 무리하면 안 되어 참가 못하겠다"라고 했다. 마음씨 넓은 후배들은 그 말을 믿어줬다.

 

후배들이 수련회에 가기 전에 1년 직속 후배에게 내 수중에 있던 그 야속한 반토막 돈을 건네며 "수련회 때 이것으로 다른 애들 뭣 좀 사먹여라"고 했다. 그러나 그 후배는 결사코 그 돈을 받지 않았다. 몇 번 건넸으나 완강히 받기를 거부하여 나는 그 돈을 호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이게 내 아픈 추억이야.

 

그 반토막 돈을 받기를 완강히 거부했던 그 후배 그때의 내 심정 이해 못했을 거야.

 

다른 이야기:

 

난 중고등학교 때 정신차리고 공부 안 한 것이 그렇게 아쉽더라고. 물론 환경이 공부할 환경이 못되었지. 우리 집은 농업이 생업이었고, 집과 학교가 멀어서 학교 마치고 자전거 타고 집에 오면 그럭저럭 저녁이고, TV보고 식사하면 사실 숙제하기도 빠듯하지. 잠은 제대로 자야 다음 날 기분이 좋은 거고.

 

집이 도시이고 학교도 가깝고, 학원, 참고서, ... 등의 혜택을 맘껏 누리고, (농사일도 안 거들고,) 잠도 적게 자고, 방학 때에는 집과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만 했으면 .... 하는 아쉬움이 내게는 있었다.

 

언젠가 내 점수로 다른 대학 무슨 과를 갈 수 있었는지 알아본 적이 있었다. 물론 내 모교 충남대의 경우 최고 높은 과인 의예과는 합격할 점수였었다. (나는 물리가 좋아 물리과에 들어갔다.) 옛날에는 충남대 의대가 서울대 공대보다 낮았거든. 연대로는 건축과 정도, 서울대는 제일 합격점수가 낮은 무슨 교육학과는 잘 하면 갈 수 있었겠더라고. 정말 내가 철저히 고등학교 1학년부터 학업에 힘썼다면 서울대 상위권에 합격했을 것이라는(물론 이 때에도 장학금 못 받으면 다른 대학으로 가겠지만) 아쉬움이 내게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렇다고 내가 내 모교를 부끄럽게 생각하냐, 그건 절대 아니거든. 난 충남대를 사랑한다. 물론 신학대학원으로는 모교가 되는 연세대도 사랑하지. 충남대도 잘 되었으면 좋겠고, 연세대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오늘 크리스마스 전날 옛날 생각도 나고 옛날이 아쉬워서 횡설수설 좀 해봤다.

 

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어주시는 타 대학 출신 네티즌님들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ps. 근데 연고전 정말 재미있더군. 난 신대원 다닐 때 모범생(!)이라 공부만 하느라고 연고전 구경 안갔는데, 졸업하고 시간이 좀 있어서 잠실 야구장에 갔더니만, 정말 환상적으로 재밌더군!

근데 고려대 학생들도 그렇게 예쁘고 잘 생겼더라고. 난 연대생들만 잘 생기고 예쁜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은 직접 경험해 봐야 제대로 알게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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