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레위지파

stevision 2012. 12. 11. 18:44

(2012년 8월 31일 인터넷에 공개)

 

이스라엘인들은 정직하게 일해서 십일조와 여러 감사 제물을 하나님께 바쳐야 했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저 엄청난 양의 헌물(獻物)을 어떻게 처리하나? 저 거룩한 헌물을 우상을 섬기는 이방 나라에 주나? 가난한 자들에게 주나? 그러나 이스라엘에는 저 헌물을 다 소비할 정도로 가난한 자들이 많지 않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원칙적으로 가난한 자가 있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토지는 다른 자들에게 영원히 팔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인들은 누구나 다 제 앞가림 할 정도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저 엄청난 양의 헌물을 어쩌지? 그냥 썩게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미 하나님께 바쳐진 헌물을 사람들이 다시 서로 공평하게 나눠 가지면 하나님께 드렸다는 헌물의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헌물은 그것을 바치지 않은 다른 자들에 의해 거룩하게 소비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안에 인구의 십분의 일 정도의 사람은 절대적 빈자(貧者) 신세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절대적 빈자 곧 영원히 자기 소유의 농토가 없는 계층 말이다. 이 계층의 사람들은 조상으로부터 받은 토지가 없으므로 그냥 놀고 먹는 자들인데(물론 제사장 일을 보는 자는 큰 직무를 맡고 있고, 일반 레위인들은 제사장을 돕는 일을 했음. 그렇더라도 일반적으로는 먹고 논다고 할 수 있음), 하나님으로부터 토지를 받지 않은 대신 하나님께 바쳐진 모든 제물을 먹고 살도록 정해진 자들이다. 단 이 계층의 사람들은 하나님께 바쳐진 헌물을 먹고 사므로 거룩한 자들이 되어야 했다. 즉 다른 자들보다 훨씬 더 경건한 신앙생활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 것이다. 놀고 먹는 대신 ‘거룩’을 지켜야 함 - 이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일하는 게 힘들까, 높은 수준의 거룩을 지키는 게 힘들까?)


  저 계층이 바로 레위인들이다. 하나님께서는 십일조와 여러 감사제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 중에 레위지파와 같은 ‘가난하지만 거룩한’ 계층을 두실 필요를 느끼셨던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하나님께서 세우신 ‘거룩한 빈자(貧者)’라는 직분이 있었다는 말이다.


  오늘날 모든 성직자는 근본적으로 레위인 계층이다. 성직자의 가난은 성도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거룩한 제물을 담는 그릇이다. 성직자의 행실이 더럽고 온갖 세상 욕심으로 꽉 차 있으면 어찌 그 자에게 하나님께 드려지는 거룩한 제물을 소비할 자격이 있겠나?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 종교인으로서 성직자의 거룩과 경건은 ‘가난’으로부터 시작된다. 성직자에게서 돈 욕심 냄새, 명예 욕심 냄새, 종교권력 욕심 냄새가 나면 이미 거룩과 경건이 사망한 상태이다. 천리 길 ‘거룩’은 ‘가난’이라는 한 걸음부터! (요즘 성직자는 목회를 하시는 분들이시므로 절대 ‘놀고서’ 먹는 분들이 아닙니다.)


  성직자 사도 바울은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6:8)”라고 했다. 이 말씀은 일차적으로 바울 자신에게, 이차적으로는 바울의 제자 디모데에게, 삼차적으로는 성경을 읽는 모든 자들에게 하는 바울의 말이다. 바울이 저런 삶을 살았고, 디모데도 그리했을 것이다. 자신은 탐욕에 물든 삶을 살면서 성도들에게는 ‘가난해도, 비천해도 범사에 하나님께 감사하는 삶을 살고,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사시오’라고 종교연설 하는 사이비 성직자들은 다 종교사기꾼들이다. 특히 교회 자식에게 물려줘 비난을 받은 자들과, 교단 감투 쓰려다 다퉈 비난받은 자들은 100% 종교사기꾼들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분명 ‘거룩한 빈자(貧者)’가 있고, 일반적인 빈자들 중에서 삶에 성실한 자(정직히 일하려 하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먹고 살만한 자들은 이런 빈자를 도와줘야 한다. 분명 많은 복을 받아 먹고 입고 넉넉히 누리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을 절실히 필요한 자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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