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성소의 등불을 꺼치지 마라는 의미 ㅡ 출27:20-21 ㅡ

stevision 2024. 9. 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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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또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감람으로 짠 순수한 기름을 등불을 위하여 네게로 가져오게 하고 끊이지 않게 등불을 켜되, 아론과 그의 아들들로 회막 안 증거궤 앞 휘장 밖에서 저녁부터 아침까지 항상 여호와 앞에 그 등불을 보살피게 하라.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대대로 지킬 규례이니라. (출27:20-21) <<

성소는 하나님께서 임하셔서 인간들을 대면하시는 장소로서 매우 구별되고 신성한 장소이다. 이 성소는 세마포 천으로 된 막으로 세속과 구분된다. 성소의 뜰에는 번제단이 있어서 낮에 이곳에서는 제사장이 이스라엘 백성이 가져온 여러 가지 제물을 태워 하나님을 섬긴다.

본격적인 성소는 나무판으로된 벽 구조물로 성소 뜰과 구분된다. 성소 안에는 지성소가 있는데 그 지성소는 휘장으로 차단되어 있다. 지성소는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아 계신 곳인데, 그 보좌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언약궤이다. 언약궤의 상판은 속죄소라 칭하고 좌우에는 두 그룹 조각물이 있다. 그 상판에 하나님께서 임재해 계시는 것이다. 대제사장은 1년에 한 번 이 지성소에 들어가 속죄소에 피를 뿌려 이스라엘의 죄를 속한다.

휘장을 지나 나온 곳이 일반적으로 성소라 칭해지는데, 거기에는 떡상, 분향단, 금등대가 있다. 떡상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되는 떡(진설병)이 놓여져 있다. 하나님께서는 밤에 이곳에 있는 등불이 꺼지지 않게 하라 명하셨다.

진설병은 그저 폼으로, 단지 상징적으로 바쳐 놓은 게 아니다. 우리가 성찬식 때 성찬의 떡과 포도주를 먹을 때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처럼, 저 떡상에 놓인 떡을 하나님께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정말로 드시는 것이다. 낮에는 성소의 뜰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가져온 제물로 섬김을 받으시는 하나님께서, 이제 밤에는?

가게가 저녁에 문을 닫으면 가게의 전등을 끈다. 어떤 사무실이 근무중일 때에는 불을 끄지 않는다. 밤에 성소의 불을 끄지 말라는 말씀은 '밤이라고 해서 하나님에 대한 섬김의 사역을 중단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상차려 놓은 방의 불을 꺼 놓으면 드시라는 거야 드시지 말라는 거야? 성소는 한치의 어김도 없이, 한 순간의 방심도 없이 하나님을 극진히 모시는 장소여야 한다. 그 정도로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에게 홀대받지 않으시고 존중받고 싶으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눈에 안 보이시는 영이시기에 자칫 인간들은 그분의 현존을 간과하고 그분을 존중해드리는 일에 소홀해질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그걸 원하지 않으신다.

성소의 진설병을 하나님께서 직접 떼어 드시지는 않으나, 저런 규례를 통해서라도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의 섬김을 받고 싶으신 것이다. 진설병은 나중에 제사장이 먹는다.

p.s. 오늘날 성소인 교회가 과연 성소로서 기능을 잘 하고 있는가? 하나님께서 성도들을 사랑하시지만, 그럼에도 성도들이 하나님의 영역을 자꾸 침범하는 것은 원치 않으신다. 교회에 하나님의 현존을 상징하고 있는 성물이 있는가? 교회에 지성소처럼 여겨지는 구분된 장소가 있는가? 교회에 그런 지성소나 보좌(속죄소)와 같은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면, 하나님께서 예배 시간에 공중에 떠 계시라는 의미 아닌가? 제단도, 보좌도, 촛대도 없다면, 그게 교회(성전)인가, 아니면 목사의 설교당인가?

교회는 예수님의 몸이니, 지성소를 상징하는, 일반석과 구별된 교회당 전면의 높은 부분, 그곳에 적어도 예수님의 공로를 상징하는 십자가,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보좌, 성도들의 제물을 바치는 제단, 그리고 교회의 중단없는 하나님에 대한 섬김을 상징하는 촛대를 갖춰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곳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